통증 관련 약물의 이해 VIII

2024. 8. 28. 10:47완화의학/통증 치료의 기본 원칙

항경련제 

 

 1960년대 이후 신경병성 통증에 효과가 입증된 항경련제는 항우울제와 더불어 통증환자의 보조치료제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특히 가바펜틴과 프리가발린 등의 알파-1 델타-2 조절제는 항경련 효과 이외에 진통효과가 널리 알려져 진통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항경련제의 진통효과는 약물마다 작용기전이 다소 다르지만 간질과 신경병성 통증의 병리기전이 유사한 것에 기인한다. 즉 신경 내 칼슘 채널을 조절하여 얻어지는 약리 작용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편계 약물과 항경련제를 병합 투여할 경우 아편계 약물 단독 사용에 비해 암 환자의 신경병성 통증 조절에 유의한 교화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기타 말초 신경 통증이나 유방암 환자의 수술, 궤사 조직의 상처 치료 등에서도 진통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FDA에서 항경련제의 진통효과가 공인된 질병은 다음과 같다. 

 

  • 삼차 신경통, 신경성 대상포진 
  • 말초신경 및 중추신경의 암 침습에 의한 신경통증
  • 뇌졸증, 시상 통증 등의 중추신경성 통증
  • 교감신경 절단술 이후의 통증
  • 외상성 신경통증
  • 포르피린증, 파브리병 등 대사성 통증
  • 당뇨 신경병성 통증
  • 다발성 경화증에 의한 통증
  • 편두통
  • 사지절단술 이후 통증 및 환상통
  • 다양한 질병에 의한 말초신경 통증

 항경련제의 진통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4~6주 정도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항경련제를 처음 투여할 경우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천천히 증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신체가 새로운 약제에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심각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치료 효과를 얻거나 최소한의 부작용이 나타날 시점까지 서서히 증량한다. 따라서 약물 투여 초기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인내심을 갖고 약물 효과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혈청 약물 농도와 진통효과 사이에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이는 통증이 개인적 특성에 의해 다르게 느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약물의 고유 특성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것은 카바마제핀과 가바펜틴이다. 특히 가바펜틴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일차 약물로 선호된다. 진통 목적으로 활용되는 항경련제는 다음과 같다. 

 

카바마제핀 : 카바마제핀은 화학적 구조나 약리 작용이 삼환계 항우울제와 비슷하다. 이는 신경세포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의 흡수를 방해하며 반복적 유리를 억제한다. 특히 칼로 베는 듯한 신경통증에 효과가 입증되었다. 오래전부터 삼차 신경통과 당뇨병성 신경 통증에 사용되어 왔으며 기타 대상포진에 의한 통증, 척수신경매독, 중추 신경성 통증에 활용되어 왔다. 

 

 카바마제핀의 흡수는 서서히 일어나며 2~8시간 이후에 최고 농도 상태를 보인다. 간에서 대사되어 소변으로 방출되며 반감기는 14시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200mg 정도로 시작하여 서서히 증량하며 통증 치료를 위한 최대 용량은 1,500mg 정도이다. 부작용이 관찰될 경우 즉시 초기 용량으로 감량하며 부작용이 사라진 이후 다시 서서히 증량한다. 

 

 졸음, 오심, 어지러움 등이 흔한 부작용이며 기타 재생불량성 빈혈, 무과립구증, 범혈구감소증와 함께 저혈소판증 등의 혈액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투여 시에는 첫 1개월간은 2주에 한 번, 이후 3개월간은 매달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추천된다. 만약 혈액장애가 발생할 경우 상태에 대한 밀착 관찰이 필요하며 특히 혈액장애와 함께 고열, 인후통, 피하 출혈 등의 징후가 있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즉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약물 투여 3주 이내에 10~15%의 환자에서 피부 발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약물을 중단하면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발진이 있음에도 약물 투여를 지속할 경우 스티븐 존슨 증후군이나 피부 괴사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약물 중단 후 재투여 시 피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약제를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타 약물에 의한 간염 발생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초기에 경도의 양상으로 일과성으로 나타난다. 만약 지속적으로 간수치가 정상에 비해 3배 이상 증가된다면 약물 투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옥스카바제핀 : 카바마제핀 유사 성분으로 부작용을 대폭 감소시킨 약제이다. 나트륨 채널에 결합하여 신경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며, 이러한 기전에 의해 고빈도의 흥분을 억제하고 불응기를 연장하는 역할을 하며 통증 반응을 억제한다. 기타 칼슘 채널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통증에 대한 반응은 카바마제핀과 거의 비슷하지만 부작용의 발현이 적어 좀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삼차 신경통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카바마제핀과 달리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거의 대부분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며 10-모노하이드록시 활성 대사물로 전환되는데 옥스카바제핀의 반감기가 2시간 정도인 것에 비해 활성 대사물의 반감기는 9시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통증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간질 치료에 비해 서서히 용량을 증량하는 것이 좋다. 처음 용량은 150mg 하루 두 번(Bid)으로 시작하여 일주일 간격으로 150~300mg씩 증량한다. 통상 간질 치료의 하루 투여량은 1,200mg 정도이나 통증 치료에는 하루 600~1,200mg 정도를 투여한다. 

 

 흔한 부작용은 어지러움, 졸림, 복시, 피로, 오심 등이며 기타 약물에 의한 저나트륨증이 발생할 수 있어 혈중 나트륨 농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