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의사소통 Ⅱ

2024. 8. 23. 19:29완화의학/죽음과 심리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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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면담의 구성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건강력을 얻는 것은 치료의 첫걸음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건강력은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부분들은 독특한 목적을 갖고 있다. 환자의 정보를 구성하는 데이터들은 매우 중요하며 변화된 상황들은 그때마다 수정해서 기록해야 한다. 의료 면담을 통하여 얻는 정보를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 신상 자료 
  • 주소
  • 현 병력
  • 과거력
  • 가족력
  • 계통별 문진
  • 신체검사

 

신상 자료

 나이, 성별, 생년월일, 종교, 학력, 주거지, 경제 상태 및 인종 또는 민족적 배경 등의 정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히 환자가 누구인가 하는 객관적인 자료일 뿐만 아니라 환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질병이란 병태 생리의 장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신상 자료는 환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요인들을 고려해주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인하여 환자가 겪고 있을 사회 정신적 장애의 영향을 추측하게 해주는 중요한 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단순 경골 골절이라고 해도 혼자 사는 빈곤한 78세의 할머니와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40세 여성의 경우 사회적 · 정신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환자가 원하지 않아 가족에 의해 억지로 내원한 경우 의뢰처를 기록하는 것이 추후 환자의 치료를 위해 상의할 대상이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필요하면 정보 제공자를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이러한 경우 정보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중요하다. 

 

주소

 주소란 환자가 의료인을 찾아온 이유에 대하여 환자가 진술한 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소는 환자가 한 말 그대로를 적는다. 대부분의 환자는 본인이 병원에 온 이유를 간단히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복잡하고 장황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특히 만성병을 갖고 있거나, 재발하는 병을 갖고 있거나, 병과 관련하여 수치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그러하다. 또한 자신의 증상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즉 지적 능력이 저하된 환자나 현실 검증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도 주소를 정확히 제시할 수 없다. 

 

 주소를 확인할 때 반드시 '왜? 지금 시점에?'라는 의문을 지녀야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지금 시점에 의료진을 찾는 이유는 (1) 증상이 점점 심해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의료적인 도움을 얻기 위하여, (2) 증상은 없어지거나 완화되었지만 증상에 대한 불안 때문에, (3) 치료를 받아도 없어지지 않는 증상에 대하여 다른 치료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이해되지 않는 경우 환자가 병원에 찾아온 이유가 환자가 호소한 주소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신체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주된 문제가 가정에서의 남편과의 갈등일 수도 있다. 환자가 주소를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의사의 공감적이고 신중한 태도가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 

 

 

현 병력

 현 병력이란 주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관련된 증상들이 어떻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증상의 악화에 기여한 요소들을 시간순서에 맞게 기록한 것이다. 현 병력은 의료인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개입하지 않는 경우 환자는 지루하고 복잡하고 뒤죽박죽인 정보를 나열할 수가 있어 면담 기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단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여(예 : 어떻게 오셨습니까?) 육하원칙(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에 따른 질문을 통해 명료화하며 '예/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예 : 여기가 아프세요? 혹은 며칠 전부터 열이 났나요? 등)으로 확인함으로써 상호 간의 정보를 확실히 할 수 있다. 

 

 질문을 하는 데 있어 유도 질문이나 복잡한 복수 질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유도 질문이란 의사가 원하는 답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예 : 아프다는 게 아무 일도 못 할 정도는 아니지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몇 가지 예를 들어 질문을 할 수 있다(예 : 두통이 찌르듯 아픕니까, 조이듯이 아픕니까? 복통이 식후에 심합니까, 식전에 심합니까? 등). 특히 응급 상황이나 과묵한 환자의 경우 이러한 질문이 유용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질문을 하면 환자의 불만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왜곡이나 불완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력

 과거력에는 과거의 질병, 사고, 의료적 치료 등과 함께 환자의 주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적인 습관, 환경적인 요인, 기타 요인들을 기록한다. 환자의 과거력 정보는 환자의 현재 증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가래를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과거 결핵의 병력이 있으면서 흡연을 지속해왔고, 건강을 충분히 돌보지 않았다면 몇 가지 원인을 추론해볼 수 있으며 진단에 이르는 검사를 간소화할 수 있다. 

 

가족력 : 가족력은 특정 질환의 발현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환자뿐만 아니라 기타 유전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환자 이외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질병의 발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보 교환과 라포

 

정보 교환

의료적 면담의 기본적인 목적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첫째는 질병을 진단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환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환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고 둘째는 환자에게 진단과 예후, 처방, 치료 방법 등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면담은 또한 향후 치료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환자의 증상에 대한 정보는 질병의 진단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효과적인 치료에는 충분하지 않다.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면담이란 환자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며 성격이나 삶의 경험, 병에 대한 반응 등에 대한 기본적인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환자의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했다고 해서 치료적 효과를 완벽히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인지 기능이 떨어진 할머니에게 하루 네 번 각기 다른 약을 처방할 경우 약물을 제대로 복용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이틀에 한 번씩 외래에 오도록 지시하는 것도 환자를 배려한 처방은 아니다. 

 

 또한 환자가 증상에서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당뇨에 대한 처방만을 하는것은 의학적으로는 올바른 행위일 수 있지만 환자에게는 잘못된 처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간혹 환자에게 일방적인 검사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자가 복잡한 병리를 이해하거나 검사 방법과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료 주체의 하나인 환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의료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환자의 수준에 맞춰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의료인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한 호소는 모호하고 장황하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쉽다. 환자의 호소가 질병의 진단에 필수적인 것들을 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말문을 닫게 만드는 것은 잘못이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호소한다. 다만 그러한 정보가 의사 입장에서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질 뿐이다. 이러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환자의 호소 중 비록 진단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향후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정보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장황한 설명을 거듭하는 환자의 마음속에는 '의사가 나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호소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배려를 해주는 태도가 환자의 불안을 낮추어줄 수 있다. 

 

 

 

라포

라포란 상호 간의 믿음과 존경이 생긴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화해 예를 든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자신을 믿고 있으며 자신의 처방과 지시를 잘 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상태이고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의학적인 처방과 지시를 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라포 없이는 환자는 자신을 충분히 의사에게 보여줄 수 없다. 

 

 오스머(Othmer, 2002)는 라포가 발생하기 위한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가 편하게 할 것 

고통을 평가하고 연민을 보여줄 것 

병식을 확인하고 동맹을 맺을 것 

전문성을 보여줄 것

지도력을 발휘할 것

역할의 균형을 이룰 것

 

 일반적으로 라포는 갑작스럽게 생기지 않으며, 강요에 의해서 생기지도 않는다. 명성을 듣고 찾아온 환자가 의사를 우상화하는 것은 라포라고 할 수 없다. 상호적인 것도 아니며 인간적인 신뢰하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라포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따뜻하게, 존경심을 갖고 환자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함께 할 때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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