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 전하기 I

2024. 8. 28. 21:59완화의학/죽음과 심리적 이해

반응형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의료진이나 환자, 보호자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특히 완화 치료와 같이 더 이상 완치의 수단이 없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이 한층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어깨의 통증이 있어 단순히 근육통이라고 생각하면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지금 상황은 이전에 치료받았던 유방암이 재발하여 뼈까지 전이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더욱이 적절한 완치 방법이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나쁜 소식을 접한 사람의 반응에는 개인적 성격, 사회적 배경, 현재 개인의 감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당신의 암은 전이되었습니다'라는 의사의 진단에 대해 31%의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42%는 예후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며, 27%는 완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쁜 소식을 접한 환자의 반응도 사회적 배경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조보로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과 유태인은 자신의 감정 표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울부짖으며 타인의 동정을 기대하는 반면, 미국인 중 전통적인 백인의 경우 자신이 성가신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지 않으려고 하던 일을 지속하며, 사실을 직면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또한 아일랜드인은 고통에 대한 표현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 은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상황을 좀 더 비극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나쁜 소식을 전할 때는 각 개인이 처한 사회적 상태와 성격, 자아의 강도 등을 고려하여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은 의료진의 배경과 경험, 환자의 상태, 보호자의 관여 등 수없이 많은 요인이 관여하며 경우에 따라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가지로 요약하기 어렵지만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베일의 논문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준비하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상황을 한 번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환자에게 이야기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환자의 감정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준비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입장은 좋지 않은 기분이며 좌절감이나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환자에게 슬픈 일이긴 하지만, 남은 여생을 준비하기 위해 매우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허둥댈 수도 있다. 방해받지 않고 사생활이 보호되면서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인터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다음의 가이드라인을 지킬 필요가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준비 : 조용한 면담실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예 : 환자의 상태가 면담실로 이동할 수 없는 경우 등) 최소한 환자 침상의 커튼을 두르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감정적 동요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중요한 인물의 배석 : 환자가 필요로 하는 보호자가 함께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이는 전적으로 환자의 선택이다. 많은 보호자가 있는 자리라면 환자에게 함께 듣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가끔 동양권의 문화에서는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먼저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환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환자를 배제하고 보호자와 장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 법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자리에 앉기 : 의료진과 환자가 모두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은 환자에게 안정을 취하게 하고, 의료진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사인을 줄 수 있다. 자리에 앉을 때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물리적 방해물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만약 최근에 환자를 진찰하거나 검사를 했을 경우 결과에 대해 상의를 먼저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자와 접촉하기 : 눈을 바라보는 것은 가끔 불편하기는 하지만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 환자가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팔을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한과 방해의 관리 : 환자에게 언제든 원할 때 의료진의 이야기를 제한하거나 중간에 본인이 궁금한 점을 물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를 꺼 두거나 동료에게 맡겨 환자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단계 : 환자의 자각 평가하기 

 

'말하기 전에 물어보라'는 격언이 필요한 단계이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의학적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느끼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즉 환자가 현재의 상태를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난 이후에 현재의 상태를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난 이후에 현재의 상태를 토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검사를 받으면서 들은 이야기가 없나요?'라든가 '어제 우리가 MRI를 찍은 이유를 알고 있나요?'라는 식의 질문을 통해 환자의 반응을 평가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어떻게 나쁜 소식을 이해시킬 것인지를 궁리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환자가 현재의 질병 상태를 부인하고 있는지, 소망이 무엇인지, 질병에 대해 좋은 내용은 아니지만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가 빠진 것은 없는지, 치료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후 6단계까지는 다음 파트에서 설명한다. 

반응형

'완화의학 > 죽음과 심리적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쁜 소식 전하기 II  (1) 2024.08.28
환자와의 의사소통 Ⅱ  (0) 2024.08.23
환자와의 의사소통 Ⅰ  (3) 2024.08.23
정신과적 문제  (0) 2024.08.22
환자 심리의 이해  (0) 202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