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완화 치료

2024. 9. 7. 00:05완화의학/기타 질환별 완화 치료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의 감염에 의해 이차적인 면역 결핍 상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의미한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3,600만 명이 HIV에 감염되어 있으며 한 해 동안 1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2014년 말까지 11,504명이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HIV는 1종과 2종으로 분류하는데 1종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으며 흔히 AIDS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인식되고 있고, 2종은 서아프리카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바이러스로 전파가 느리고,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HIV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림프구 중 하나인 CD4 림프구의 표면 단백질에 결합하며 감염을 유발한다. HIV는 RNA 바이러스로 자체적인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CD4 림프구 내의 역전사 효소를 이용하여 DNA를 형성하고 이는 세포 내 DNA 안으로 침입하여 원래 세포인 CD4 림프구의 자체적인 기능을 활용하여 바이러스 물질을 만들어 체내의 다른 CD4 림프구를 감염시킨다. 

 

 CD4 림프구는 자체적으로 항원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며 B세포나 포식세포, 살해 T세포 등 항원이나 병소를 제거하는 세포를 통제하는 기능을 갖는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이다. 따라서 HIV에 의해 정상적인 CD4 림프구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전반적인 인체 면역체계의 저하가 발생하게 된다. 감염된 CD4 림프구는 체내에 존재하는 CD8 림프구에 의해 파괴되는데 CD8 림프구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증상의 발현이 억제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예후를 보이게 된다. 

 

 HIV의 감염이 꼭 AIDS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AIDS 관련 증상과 CD4 세포의 수가 200 미만일 경우, 림프구 중 CD4 세포의 비율이 14% 미만일 때 AIDS로 진단된다. 반면 HIV 감염 여부는 좀 더 복잡한 임상병리적 검사를 통하여 진단된다. 효소결합면역흡착법(ELISA)은 일차적인 선별 검사이며 여기에서 양성 반응을 보일 경우 확진을 위해 웨스턴블롯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을 하게 된다. 따라서 ELISA에 양성 반응을 보일 경우 웨스턴블롯 검사에서 확인되기 전까지 HIV 감염 여부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HIV 감염 초기에는 다른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판별이 어렵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인후통, 비특정 피부발진, 전신근육통, 두통, 피로감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자연적으로 완화되며 약 1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게 된다. 잠복기를 거쳐 면역 결핍 상태에 이르게 되면 흔히 AIDS로 알려진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WHO(2007)는 HIV의 감염 상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초기 HIV 감염 : 증상이 없거나 급성 감염 증상이 있을 수 있음. 감염 증상은 실제 감염 후 2~4주 이후부터 발생하며 10~14일 정도 지속됨. 

1단계 : 증상이 없고 CD4 림프구의 수가 500/μL 이상인 경우. 임파선의 비대증이 관찰될 수 있음. 

2단계 : 가벼운 증상과 함께 CD4 림프구의 수가 500/μL 이하인 경우. 증상으로는 점막에 문제가 생기거나 상기도 감염 등이 흔함.

3단계 : 좀 더 심한 증상 및 CD4 림프구가 350/μL 이하인 경우. 1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설사가 있을 수 있으며 결핵 및 박테리아 감염 증상이 발생할 수 있음.

4단계 : AIDS로 불리는 단계. 심한 증상과 함께 CD4 림프구 수가 200/μL 이하인 경우. 식도, 기도, 기곤지, 폐 등에 칸디다증, 뇌의 톡소포자충증, 피부의 카포시 육종 등이 발생함.

 

 AIDS의 완치 치료는 없으나 무증상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항바이러스 약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주로 바이러스의 생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더 이상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며 이러한 방법으로 감염 보균자의 생존기간이 비약적으로 연장되었다. 2015년 미국에서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HIV 감염자의 평균 연령이 50세에 이른다. 따라서 HIV 감염자의 완화 치료는 과거 면역 결핍에 따른 감염증 치료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심혈관, 신장, 간기능 등의 면역 결핍과는 관련 없는 증상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생존기간 연장을 꾀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지방이상증이다. 장내지방 또는 복부, 목 주변의 지방이 축적되는 반면 피하 지방은 적어지면서 얼굴과 사지의 피부가 얇아진다.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나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 할 때 많이 발생하며 운동 및 생활습관 변화로 어느 정도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미용 수술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 사용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고지혈증이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아트롭스타딘, 프라바스타딘, 젬피부로질 등의 약제를 사용한다. 기타 말초 인슐린 저항증, 고혈당증 역시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락토산증, 골다공증 등도 약제 사용과 관련되는 부작용이다. 

 

 HIV 감염에 따른 증상이 점차 악화되면 기회 감염이 발생한다. 이는 면역 체계가 정상인 경우 특별한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체내 병원균이 면역 체계의 저하에 따라 증식하여 독성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회 감염은 일차 예방과 이차 예방으로 분리하여 시행한다. 일차 예방은 CD4 림프구의 숫자와 비율에 따라 특정 균종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며, 2차 예방은 발생한 감염을 적절히 치료한 이후에 이루어지는 조치를 의미한다. 예방적 조치는 CD4 림프구의 수가 200/μL 이상인 경우 중단한다. 

 

 AIDS 상태에 접어들게 되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통증, 체중 감소, 식욕부진, 기분저하, 무력감, 피부건조, 설사, 오심 및 구토, 기침, 피로감 등이 발생한다. 

 

 통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게 되며 무증상 상태(1단계)에서도 약 25%에서 관찰된다. 신경병성 통증, 복통, 두통 등의 관리하기 어려운 통증이 많이 발생하며 증상이 악화될수록 통증의 정도도 점차 심해진다. 통증의 원인 규명이 이루어진 뒤 원인 제거 및 일반적인 통증 관리 원칙(WHO)에 따라 약물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식욕부진 역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식욕 촉진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는 일부에서 식욕 촉진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수 주밖에 지속되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 투약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프로게스테론을 하루 800mg 이상 고용량 사용할 경우 비록 지방을 중심으로 한 증가이긴 하지만 식욕과 체중을 늘리는 효과가 있으며 저용량의 경우 식욕 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같은 연구에서 국내에서 불법이기는 하지만 대마초의 추출물이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