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및 완화적 수면

2024. 9. 22. 22:40완화의학/완화 치료 관련 흔한 증상의 관리

 수면은 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생리적 기능이다. 수면 박탈이 지속되는 경우 신체적, 인지적 기능 저하가 발생하며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수면은 수동적인 현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중 일부 과정을 인위적으로 박탈할 경우 이를 능동적으로 보상하려는 양상이 발생한다. 

 

 

 수면은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기준으로 크게 렘(REM)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분류하며 비렘수면은 뇌파의 속도에 따라 5%의 1단계 수면, 45%의 2단계 수면, 각각 12%와 13%의 3, 4단계 수면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단계가 높아질수록 깊은 수면이라고 이야기한다. 렘수면은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이 기간 동안 꿈을 꾸고, 신체는 마치 깨어 있는 시기와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수면을 조절하는 중추 부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뇌간을 중심으로 한 중요 구조물 간의 상호 활성 또는 억제를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세로토닌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배측봉선핵을 파괴할 경우 세로토닌 생산 저하로 인하여 상당 기간 수면을 하지 못하는 양상이 발생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하는 신경을 인위적으로 흥분시킬 경우에는 렘수면이 감소하여 각성 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뇌에 존재하는 아세틸콜린은 렘수면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아세틸콜린 분비가 감소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서 렘수면이 감소하고 수면장애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송과체는 빛에 의해 멜라토닌의 합성이 이루어지며 밤에 유리된다. 이러한 생리적 현상에 의해 인체는 하루 24시간의 수면 주기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말기암 환자의 60.8%에서 지속적인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면장애는 암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불면의 종류로는 밤에 여러 번 깸(76%), 잠들기가 어려움(44%) 잠을 깬 뒤 다시 잠들 수가 없음(35%), 아침에 일찍 깸(33%) 순이었다. 특히 완화 치료 환경에서 이러한 수면장애는 우울감과 큰 관련이 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수면장애는 주간 동안의 피로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직결된다. 

 

 암 환자의 수면장애는 일반적인 우울 또는 불안증 환자에서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예 :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의 감소 등) 이외에 기타 다른 원인들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염증 반응과 관련있는 인터루킨 6형의 다형현상의 촉진은 저녁 및 아침의 피로감 증가와 함께 불면을 유발한다. 기타 염증 반응 물질도 수면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양괴사 인자-α 역시 피로감과 수면장애를 악화시킨다. 피로감과 수면장애가 같이 발생하는 것이 낮잠과 관련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일반적인 불면과 달리 완화 치료 환자에서는 다양한 약물에 의한 불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편계 약물은 졸음을 유발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수면 구조의 변화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생체내엔케팔린은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는 신경의 흥분을 억제하여 각성을 억제하고 깊은 수면(주 : 3, 4단계 수면)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전에 아편계 약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 모르핀 15mg이나 메타돈 5mg을 투여할 경우 깊은 수면이 감소한다. 치료 목적이나 약물 남용으로 인하여 습관적으로 아편계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밤중에 깨는 횟수가 증가하며, 전반적인 수면 시간이 감소 하고, 수면 효율이 저하되며 렘수면과 깊은 수면이 감소한다. 반면 약물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양상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일반적으로 아편계 약물 남용에 의해 수면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 회복에 이르기까지 13~22주 정도가 소요된다. 기타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NSAID나 아스피린도 수면 시작을 지연시키며, 각성을 유도하고, 렘수면과 깊은 수면을 저하시킨다.

 

 통증은 완화 치료 환자의 불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만성 통증 환자는 수면의 잠복기가 증가하고, 새벽에 잠을 깨며, 수면 유지가 어렵다. 특히 이전에 수면장애가 있던 환자의 경우 수면은 통증을 악화시키고, 통증은 수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따라서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이러한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적 개입이 될 수 있지만 간혹 매우 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다량의 야편계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불면의 원인이 통증 때문인지, 아편계 약물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통증에 의한 불면의 경우 듀록세틴, 벤라팍신 등의 SNRI를 사용하는 것이 통증 및 수면 회복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기존 삼환계 항우울제(TCA) 역시 통증 및 수면 양쪽에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면유도제의 경우 조피클론이나 졸피뎀은 통증에 효과가 없으나 트리아졸람은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트라이졸람은 중독성이 강한 약물이므로 단기 사용 이후 중단하거나 필요시에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유도제로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이나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모두 GABA-A 수용체에 작용하여 수면 효과를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잠드는 것이 어려운 환자 중에 불안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러한 환자에게 상기 약물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완화 치료에서 상기 약제를 사용할 경우 가급적 반감기가 짧은 약을 사용하는 것이 추천되는데, 작용 시간이 긴 약제는 주간 졸음이나 낙상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섬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거 남용력이 있거나 수면 무호흡증, 심한 폐 기능 부전, 심장 기능 부전이 있는 환자에서는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졸피뎀의 경우에도 FDA의 권고에서처럼 5mg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기타 수면 조절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파록세틴과 같은 SSRI 약제를 오전에 투여하거나 미르타자핀 7.5~15mg을 수면 1~2시간 전에 투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장애에 흔히 사용되는 트라조돈은 취침 전에 25~50mg 정도를 투여하지만 상대적으로 입마름증이 심하여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신경성 통증이 동반된 경우 가바펜틴이나 카바마제핀 등도 수면 회복에 도움이 되며 정신 증상이 동반된 경우 올란자핀이나 리스페리돈, 독세핀 등의 항정신병 약제를 소량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 작용과 관련되는 라멜라테온이 개발되어 부작용에 대한 걱정 없이 수면 주기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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