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

2024. 9. 19. 18:36완화의학/완화 치료 관련 흔한 증상의 관리

 섬망이란 급속한 의식 및 인지 기능의 저하를 유발하는 증후군이다. 대부분의 경우 집중력에 장애를 보이며 수면 주기의 이상이나 비정상적인 정신 운동 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섬망은 노인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중 1%에서 관찰되며 85세 이상 노인의 13%에서 관찰된다. 입원 환자의 경우 기저 질환에 따라 다소 유병률이 차이를 보이지만 일반 외과에 입원한 환자의 10~15%, 심장 수술 환자의 30%, 고관절 골절 환자의 50%에서 관찰된다. 완화 치료에서의 섬망의 유병률에 대한 세부적 보고는 정확하지 않지만 사망 수일 전 섬망의 유병율은 88%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섬망의 진단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제안한 국제질병분류(ICD) 10판이나 미국정신과의사협회에서 출판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5판의 기준이 가장 많이 활용되며 신뢰할 만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DSM-5의 섬망 진단 기준은 다음의 표와 같다. 

 

DSM-5의 섬망 진단 기준

A. 집중력(예 : 집중력을 통제하고, 집중하고, 유지하고,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과 각성(환경에 대한 지남력의 감소)의 변화
B. 짧은 기간 동안(통상 수 시간에서 수일) 기본적인 집중력과 각성의 장애가 있으며 일과중에 심각도의 변화가 있음
C. 추가적인 인지장애(예 : 기억장애, 지남력 장애, 언어, 시공간 능력, 지각의 이상)가 발생
D. A와 B의 장애가 기존에 존재했거나, 새로 생겼거나, 악화된 신경 인지 기능의 이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혼수와 같이 각성 상태의 심각한 감소에 의한 것이 아님.
E.  병력, 신체검사, 실험실 검사에서 직접적인 신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과적 상태나 약물 중독이나 금단, 독성 물질에 노출, 또는 복합적 원인의 근거가 있음.

 

 

 섬망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증상이 심하게 악화되기 전에 초조, 불안 등의 전구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증상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기저 원인이 제거되어야 회복이 가능하다. 기저 원인이 제거된 이후에 대부분 3~7일 이내에 증상이 회복되며 어떤 증상은 2주 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젊은이에 비해 섬망이 오래 지속되며 회복되는 데도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회복된 이후에 섬망 기간 동안의 일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다. 

종종 악몽이나 나쁜 꿈을 꾼 것으로 기억하는 수도 있다. 

 

 섬망 치료의 원칙은 기저 원인의 제거지만 이는 완화 치료 상황에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기타 환경적 변화가 섬망을 완화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완화 치료 상황에서의 섬망은 환경적 변화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저 원인을 제거하기 어렵거나, 인지장애의 악화가 심하거나, 저활동성 섬망, 이전에 섬망의 병력이 있는 경우 완화 치료 상황에서는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사망 수 주 이전에 불안을 동반하는 섬망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 경우 보호자에게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목적 없는 움직임, 다발성 근육 긴장, 의식 수준의 변동, 인지장애, 불안, 수면장애, 초조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이와 동반하여 신음소리를 내거나, 투덜거리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보호자는 이를 통증이 신호를 간주하여 치료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 2~3일 전에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섬망 증상이 악화될 경우 배뇨장애, 분변 막힘, 약물에 의한 좌불안석증 등의 증상 악화 요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통증의 악화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기 위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정도의 아편계 약물을 실험적으로 투여해 볼 수 있다. 또한 간대성근경련이 발생할 경우 아편계 약물의 대사물질에 의한 신경 독성 작용은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초조 불안 증상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벤조디아제핀계뿐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차 아편계 약물을 다른 종류로 바꿔서 치료하는 방법(예 : 종류를 바꾸고 이전 약의 동등 용량의 30~50%로 감량)이 사용되고 있다. 아편계 약물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수액을 투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완화 치료에서의 사용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기관의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인위적 수분을 공급하는 것은 기관지 분비물의 증가와 부종에 의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여 오히려 환자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화 치료 상황에서의 섬망은 치료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50% 정도에서는 증상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이전에 섬망의 병력이 있거나 저산소증, 대사성 뇌병변을 동반한 경우 더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항정신병 약제가 대표적이며 이 중 할로페리돌은 수면 유도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고,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완화 치료 상황에서 행동 문제를 보이는 경우 평균 하루 2.1mg 정도를 투여하지만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용량은 하루 0.5~1mg 정도이며 증상에 따라 조금씩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제를 증량함에도 섬망 양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할로페리돌이 갖고 있는 항콜린성 작용에 의한 섬망의 악화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타 쿠에타핀도 할로페리돌과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태국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할로페리돌 복용 환자의 78.2%, 쿠에타핀 복용 환자의 54.2%에서 1주일 이내에 증상이 회복된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양 군 간의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기타 전염증성 시토카인에 의해 멜라토닌 합성이 저하되어 수면장애를 동반한 섬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8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수면의 장애가 섬망을 유발하는 중 전구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 이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멜라토닌 작용제인 라멜라테온의 투여가 섬망의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아드레날린 α2-수용체 작용제인 덱스메데토미딘이 중환자실 환자의 섬망 발생을 낮춘다는 보고도 있으나 완화 치료에서의 적용 가능 여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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