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완화 치료

2024. 8. 29. 23:05완화의학/치매 환자의 완화 치료

 대부분의 치매 환자는 사망 이전에 다양한 입소 경험을 갖는다. 국내에서도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추세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사회 기반의 시설을 이용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가정에서 사망하는 치매 환자는 전체의 19% 정도에 그칠 정도로 증상 말기에 병원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치매 환자에 대한 완화 치료적 접근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치매 환자에서 생의 마지막 1년 동안 혼돈(83%), 요로감염(72%), 통증(64%), 기분 저하(61%), 변비(59%), 식욕감퇴(57%) 등의 다양한 정신적 · 신체적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치매 환자에 대한 완화 치료적 모색과 활성화가 필요하다. 

 

 

 의료경제적 관점에서도 치매 환자에 대한 완화 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31년까지 치매 환자에 대한 의료 비용은 약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만약 10년 간격으로 치매 노인의 일상생활능력의 수치를 0.5점 정도만 낮출 수 있다면 2031년의 의료 비용을 65~7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또한 2001년 기준으로 치매 환자에서 발생하는 정신 및 행동 증상의 경우 신경정신척도에서 1점이 오를 경우 연간 추가되는 의료 비용이 247달러에서 409달러까지 증가된다고 보고하였다. 

 

 의료 비용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와 관련된 보호자의 기회 비용 감소 역시 상당하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소요되는 가족의 시간은 일일 평균 6.8시간, 매주 44시간 정도이며, 정신 및 행동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평균 소요 시간의 79%까지 증가한다. 영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가정에서 돌볼 경우 보호자의 노동력 비용은 연간 2,800만원 정도이며 주간 보호 또는 가까운 거리 이동 등 환자의 이동까지 고려하면 연간 3,6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미국의 경우 노동 연령의 보호자가 치매 환자를 돌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연간 3조 4,000억 원 정도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말기 치매 환자에 대한 적절한 완화 치료적 개입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 비용, 사회적 손실 등을 피하기 위해서도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완화 치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인위적 영양 및 수분 공급 

 

 치매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음식물 삼킴 능력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음식물이 기관지로 넘어가서 생기는 흡인성 폐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강영양관이나 경피적위조루술(복부와 위 사이에 관을 삽입하여 이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삼킬 수 없는 말기 치매 환자에게 더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관을 통해 음식물을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말기 치매 환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한 추가적 연구들이 시행되었으며 관의 삽입이 오히려 비강 분비물이나 위장의 역류 물질을 제거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흡인성 폐렴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한 삽입관 관이 감염의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높다. 

 

 

 

발열 및 감염

 

 페렴은 치매 환자의 흔한 사망 원인이 된다. 하지만 발열 또는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일부에서는 항생제를 투여한 치매 환자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와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오히려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 등을 적극적으로 처방할 경우 치매의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치매 환자의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맥 주사제보다는 경구 투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만약 경구 투여가 여의치 않은 경우 해열진 통제와 충분한 산소 공급 등의 비침습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항생제 투여와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감염에 대한 치료의 결정은 치매 진행의 정도, 전반적 건강상태, 동반 질환, 영양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위의 결과 등을 참고한다면 경구 투약이 어려울 정도의 말기 치매 환자에서는 단순 유지 치료가 더욱 윤리적일 수 있다. 

 

 

 

심폐 소생술

 

 대부분 고도 치매 환자에서의 심폐 소생술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미국에서 시행된 조사에서 대부분의 노인은 본인이 초기 치매가 아니라면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실제로 시설 입소자에게 시행된 심폐 소생술이 18.5%만이 즉각적 효과가 나타났고, 병원 이송 후 퇴원이 가능했던 경우는 3.4%에 그쳤다.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 심폐 소생술의 효과가 1/3로 감소하며 심장 정지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1%만이 퇴원이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 오히려 심폐 소생술 중 발생하는 갈비뼈 골절, 기흉 등이 더 심각한 문제로 야기 할 수 있다. 따라서 심폐 소생술 이후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의 경우 심장 정지가 발생하기 이전보다 인지 기능 등의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의 완화 치료 초기에 이러한 심폐 소생술 등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환자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가급적 환자의 결정을 문서화해 둘 필요가 있다. 

 

 

 

통증 

 

 말기 환자에서 통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치매 환자에서 통증을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치매 환자에서의 통증은 대변의 막힘, 요 정체, 확인되지 않는 골절 등의 급성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지만 관절염이나 과거의 골절, 신경병성 통증, 암 등의 만성적 원인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말기 치매 환자의 경우 의사소통에 의해 통증을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관찰에 의한 통증의 평가는 그 한계점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치매 환자를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말기 치매 환자에서 변비는 흔한 증상이며 대변의 막힘 증상은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은 식사를 하거나 삼투성 설사약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증상이 발생한 이후에 일반적인 변 연화제를 투여하는 것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자극성 설사제는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타 통증에 대한 치료는 일반적인 통증 치료의 지침을 따라서 시행해야 하며 아편계 약제의 사용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약물 치료 이외에 마사지, 향기 치료, 피부 전기 자극 등의 비약물적 치료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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