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치료의 경제적 관점과 전망

2024. 8. 22. 15:32완화의학/완화 치료의 정의

완화 치료의 의료경제적 관점

 

 짧은 역사에 비해 완화 치료는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0병상 이상인 병원의 60% 정도가 완화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모든 암 환자 치료 네트워크에 완화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완화 치료의 확장 이유로는 적절한 증상 관리, 보다 발전된 치료 계획 수립, 의학적으로 적절한 목표 설정 등 의료적 측면의 적절성도 중요하지만 의료경제적으로 말기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출의 감소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2003~2004년에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Elsayem A., 2004) 기존의 치료 방법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완화 치료를 시행할 경우 의료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상기 연구에 따르면 완화치료팀의 자문을 시행하는 것만으로도 전반적 의료 비용의 50% 정도가 절감 가능하다. 최근의 자료에서도 완화 치료 자문을 입원 후 6일 이내에 시행할 경우 전체 의료 비용을 14~24%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자문을 시행한 기간이 늦어질수록 의료비용 절감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기존의 치료 방식을 고수하는 것에 비해 환자에게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도덕적으로 배려하면서 의료경제적 측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각국에서 완화 치료의 보급에 좀 더 힘을 쏟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호스피스는 죽어가는 말기암 환자의 삶의 마지막을 보살피는 가장 적절한 개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의 경우에는 의료경제적 측면보다는 도덕적 측면에서의 개입이 전제가 되었기 때문에 실제 말기암 환자에 대한 의료경제적 기여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달리 완화 치료의 개입은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이 다양한 논문에 의해 증명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1,128달러 정도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으며 입원 비용과 약물 치료 비용을 각각 57.8%, 32.2%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기타 자료에 따르면 메디케어 이용 환자의 경우 완화 치료팀의 치료를 받을 경우 다른 환자에 비해 6,900달러를 절감할 수 있으며 치료 후 퇴원환자의 경우 4,908달러,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경우 7,563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뉴욕 주에 한정하여 계산할 때 15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 완화 치료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연간 8,400만 달러에서 2억 5,2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임종 직전에 사용되는 의료 비용은 지방에 위치할수록,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일수록 높게 나타났으며, 완화 치료를 시행할 경우 일반적인 치료에 비해 32%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의 연구보고에서도 유사한 결론을 살펴볼 수 있는데, 기존의 전통적 치료 방법을 고수하는 경우 완화 치료를 받는 경우에 비해 치료 비용이 250%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입원기관이 30일이 된 적극적 항암치료군의 진료비는 약 1,4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입원해서 완화 치료를 받은 말기암 환자군의 평균 진료비(약 530만원)보다 약 870만원 가량 많다고 보고하고 있다. 

 

 물론 완화 치료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으나 최근까지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완화 치료를 시행할 경우 기존 치료와 비교할 때 생명단축이나 삶의 질 저하 등의 부정적 효과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완화 치료의 전망

 

 불행하지만 현재의 의료시장은 제로섬게임과 같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내에서 많은 국민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기를 원하고, 의료 소비자는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장 많은 효과를 얻기를 바라며, 의료경영인은 병원경영을 위해 투자 대비 이득이 가장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효율성과 효과성을 가장 방해하는 대상이 바로 말기 환자이다. 

 

 즉,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을 소모하면서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고, 보호자를 비롯한 환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서도 많은 의료 비용을 지급하게 되고, 병원경영자 입장에서는 병상 회전율을 저해하고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말기 증상의 환자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죽음을 직면하고 통증과 심리적 불안정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적절한 보살핌이 필요한 말기 환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애초의 환자 치료는 의료 경제적 개념을 근거로 시작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환자의 인권을 존중해주고, 생의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여 행복한 끝맺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였다. 다행히도 인도적인 목적과 의료경제적으로 효과적인 모델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된 완화 치료는 정부, 환자 및 보호자, 의료인 모두에게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말기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이다. 

 

2015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세계 건강 아카데미에서는 완화 치료에 대한 현재의 중요한 3대 추세를 토의하였다. 

 

 첫 번째는 세계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질병(Non-Communicable Disease, NCD)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NCD가 특히 빈곤층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계층에 비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인류는 점차 더 오래 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질병을 앓는 기간도 길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사망률은 언제나 100%이며 어떠한 개입에 의해서도 이는 바뀌지 않는다. 다행히도 WHO에서 최근 완화 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완화 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전 세계적인 건강 관리의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번째는 건강 관리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 구조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완화 치료 역시 단순한 구조로, 하나의 단순 체계만으로는 운영될 수 없다. 즉 전반적 시스템의 활용 및 접근에 근거를 둔 관리 체계의 운영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보건 체계의 구호이기도 한 '요람에서 무덤까지'에 걸맞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접근성, 활용성, 적절성, 제공 가능성을 고려한 완화 의료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말기 환자는 빈곤층에게 더 큰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에 기반을 둔 새로운 관리 체계가 필요하고, 이러한 체계는 지속 가능한 완화 체계 구축에 의해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효율성,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의 시스템 구축에 의한 효과는 이미 검증된 바 있지만, 이러한 경제적 관념을 떠나 죽어가는 환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영적으로 분명히 필요한 서비스이며 그 수요와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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