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심리적 이해

2024. 8. 26. 19:15완화의학/보호자의 심리와 역할

 가족 내에 환자가 발생할 경우 관련된 가족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일상적인 활동, 역할과 관계, 삶의 의미가 변하며 건강을 추구하던 생활에서 질병에 초점을 맞추어 바뀌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임종 환자를 위해 가족의 간병에 소요되는 총비용이 연간 1억 달러에 이른다(Hayman J., 2001).

 

 

 죽음을 직면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가족의 결속이 강화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아 암 환자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 가족은 서로 간에 좀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다(Asai M., 2007). 조부모는 손자를 돌보는 데 적극 참여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형제는 협조적이고 아픈 형제를 배려한다. 

 

하지만 질병이 만성화되고 통제할 수 없는 통증이 악화하면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보게 되면 조부모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태도를 비난하고, 부부는 서로를 헐뜯고, 형제들은 겁을 집어 먹고는 아픈 형제에게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즉 병세가 악화하면서 처음에 협조적이던 가족들은 점차 지치고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가는 상황을 직면하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의 심리를 이해하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며 이들을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료진이 취해야 할 태도 중 하나이다. 

 

죽음을 직면한 환자의 보호자는 환자의 요구에 맞추어 정서적, 신체적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겪는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에 대해서는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가족은 환자를 어떻게 간호해야 할지 모르고, 이전과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에 적응해야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많은 상실감을 이겨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호자는 우울증, 불안증, 피로감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경험할 수도 있다. 특히 폐암, 혈액암, 두경부암 환자의 보호자에서 심리적 부담이 더욱 크다는 연구도 있다. 

 

 윌리엄스 등이 보호자의 심리와 관련된 논문 19개를 검토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개의 논문에서는 보호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1개의 논문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게 나타났다. 성별의 경우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거나 3개의 논문에서는 여성에서 좀 더 정신적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방법의 차이와 연구가 진행된 대상자의 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루이스는 완화 치료를 시행하는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의 요인을 크게 11가지로 분류하여 보고하였다. 

 

① 심리적 부담 

② 신체적, 물리적 요구

③ 불확실성

④ 환자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⑤ 삶의 방식과 역할의 변화

⑥ 경제적 문제 

⑦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방법을 모름

⑧ 도움이 부족함을 인지 

⑨ 실질적인 걱정

⑩ 성적인 문제 

⑪ 다른 보호자들의 도움이 없음 

 

 특히 환자의 상태와 관계 없이 보호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환자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정보와 관련한 문제였다. 또한 그로브(Grobe M., 1981)의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교육이 보호자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였다. 많은 보호자들은 환자의 거동을 돕고, 정서적 지지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의 85%가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보고하였고, 77%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점차 증가한다고 하였으며, 28%는 환자를 돕기 위해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한다고 하였다. 특히 보호자의 정신적 부담은 환자의 신체적 상태의 약화, 일상생활의 장애, 복잡한 간병의 필요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기븐 등(Given B. et al.,2001)은 임종 환자 가족이 원하는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1. 질병에 관한 정보 

  • 신체적 관리와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 
  • 증상의 의미와 관리하는 방법
  • 치료 약물에 대한 이해 
  • 향후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 환자의 정서적 반응
  • 집안일을 관리하는 방법
  • 경제적 도움과 관련한 정보
  • 지역 자원 현황

 

2. 실질적인 간병을 위한 지식

  • 증상을 관찰하고 의료진에게 보고하는 방법 
  • 질병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
  • 이동 방법(실내, 실외 포함)
  • 영양 공급에 대한 지식
  • 경제적 지원 방안

 

3. 자신의 부담과 심적 우울 등의 스트레스 요인을 관리하는 방법

  • 환자가 질병이 악화되면서 요구사항이 많아짐
  • 질병이 진행되고, 병세가 악화하는 것에 대한 정신적 대처 
  • 환자의 정신적, 사회적 요구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

 

 의료진은 보호자의 정신 건강이 보호자 자신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환자의 예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하고 보호자의 심리적 요구와 정신 건강을 배려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치료 초기에 보호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것은 향후 환자의 예후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방법과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의료진과의 대화가 보호자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다. 

 

 

보호자와의 소통

 

일반적인 원칙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가 다를 경우 누구의 의견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를 당분간 비밀로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환자는 보호자에게 사실을 숨겨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특히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문명권에서든 힘든 일이지만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높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하여 예후나 향후 가능한 치료의 선택, 호스피스 같은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보호자의 요청으로 현재 상태에 대해환자에게 비밀로 한 채 향후의 치료 방침에 대해 보호자와 상의하는 것은 보호자의 부담과 고립감, 책임감 등의 부정적 기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약한 부모에게 질병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하거나 평생 고생한 부모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책임은 전적으로 보호자가 지겠으니 보호자(예 : 주로 장남)와 주로 상의해줄 것을 요구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의료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환자의 의견이다. 보호자에게서 위와 같은 요청이 있었을 경우에 완자에게 앞으로 치료 등이 내용에 대해 보호자와 상의해도 좋을지에 대해 물어보고 이와 관련한 확인서 등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환자가 자신의 병명을 알리기 꺼리는 경우 보호자의 일방적인 요청에 응해서는 안 된다. 물론 환자가 치매, 섬망 등의 증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인 의사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리인을 선정하여 치료에 대한 상의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적절한 법적 판단을 근거로 하여 시행하는 것이 좋다. 

 

 

 

문제에 대한 대처 

 

 보호자들은 흔히 자신들이 걱정하는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경우 사회사업가나 심리상담사 등의 도움을 받아 정기적으로 보호자와 상담하여 그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의료진은 환자의 치료보다도 보호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진료, 회진, 기타 술기 등으로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보호자의 요구에 수시로 응할 수 없어 어려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들은 직접 주치의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엠마누엘(Emmanuel E., 1999)의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는 주치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요구와 의견이 경청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부담과 갈등이 감소한다고 보고하였다. 

 

 해결책 중 하나는 보호자와의 면담 시간을 미리 정하여 원하는 보호자가 모두 참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적 방침에 대한 상의와 의료적 정보도 제공할 수 있으며 보호자 간의 역동이나 갈등, 협조의 정도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면담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완화의학 > 보호자의 심리와 역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호자의 소통과 역할  (0) 2024.08.26